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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그 기막힌 발언…'개와 늑대의 시간'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하루 두 번. 이른 새벽과 저녁 어스름… 붉은 태양빛과 컴컴한 어둠이 교차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저 멀리 다가오는 희미한 그림자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아니면 내가 믿고 의지하는 개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순간.

프랑스에서는 사물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그 순간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이번에 알려진 그 기막힌 발언…

영화를 통해서 유명해진 그 대사는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받는 교육부 '고위 공무원'의 입에서 영화보다 더 잔인하게 실제화 됐습니다.

수습하는 발언들이 뒤늦게 이어졌지만 변명은 들을수록 허망합니다. 현장 기자들 증언에 따르면 그는 이른바 '확신자'였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기회의 균등, 차별 없는 세상, 약자에 대한 공감… 이러한 시민사회의 가치들이 한낱 구두선일 뿐이며 위선에 지나지 않는다고 외친다면, 신분 차별의 제도를 극복하지 못해서 결국 산으로 간 홍길동의 시대와 지금이 무엇이 다른가…

그리고 그보다 무서운 것은 시민은 계도의 대상이며, 깃발을 세우면 따라오고, 단지 먹을 것을 해결하면…

그러니까 배부르고 등 따스우면 불만은 있을 수 없다는 교육부 고위공무원의 위험한 생각.

교육정책을 세우고 역사교과서를 국정화 하는 작업에 나선 그 담당자의 생각…

36년 전 주한미군 사령관이었던 위컴은 한국민을 들쥐와 같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졸지에 들쥐가 되었지만 지난 36년의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위컴의 말이 참으로 경박스런 망언이었다는 것을 증명해줬습니다.

그 36년 동안, 아니 그보다 훨씬 전부터 우리는 개와 늑대의 시간을 수없이 지나왔고, 그 때마다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줄로만 알았던 국가가 거꾸로 시민의 적이 되었던 기억을 잊지 않고 있으며, 그럼으로써 어스름 속에서 개와 늑대를 구분할 줄 알게 된 혜안은 한낱 교육부의 고위 관료 한 사람이 소신이든 망발이든 내뱉은 개와 돼지라는 단어들에 의해 훼손될 것은 아닙니다.

아… 그러나 듣자듣자 하니 이제는 정말 별 말을 다 듣고 삽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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