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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엔 "노동자가 발 헛디뎌"…유족·동료 "고질적 문제"

입력 2020-11-30 21:09 수정 2020-12-01 13:08

인천 화력발전소서 50대 화물차 노동자 추락해 숨져


[앵커]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일하다가 떨어져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인천의 한 발전소에서 일어난 사고입니다. 경위 파악 보고서에는 발을 헛디뎠다고 적혀 있지만, 현장을 살펴보니 왜 발을 헛디딜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안전장치도 안전 담당자도 없이 자신이 해야 할 일도 아닌 일을 하다가 사고가 났습니다. 동료와 가족들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라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이수진 기자입니다.

[기자]

화물차 옆에는 펜스가 쳐있고, 벽에는 작업중지명령서가 붙어있습니다.

지난 28일 낮 1시쯤 50대 화물차 노동자 심모 씨가 4m 아래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화물차 위에서 석탄회를 싣던 중이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조사보고서에는 "재해자가 발을 헛디뎌 추락"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왜 발을 헛디뎠을까 그리고 목숨을 잃었을까.

비슷한 사고를 당한 동료는 '고질적인 문제'라고 말합니다.

[이강조 (지난 9월 / 영흥화력발전소서 사고) : 기본적으로 이렇게 내려온단 말이에요. (발이) 빠지면서 눈으로 (부딪혔죠.)]

이후 제대로된 안전 장치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발전소 측이 안전장비 설치를 미루는 사이 사고가 또 발생했다는 겁니다.

특히 심씨가 하고 있던 작업은 계약서에 담긴 업무가 아니었습니다.

작업 인원이 별도로 지정되어야 했지만 특수고용 하청 노동자란 불안한 신분 탓에 관행처럼 해왔습니다.

[이강조 (지난 9월 / 영흥화력발전소서 사고) : 화물노동자가 운송사랑 원청에 이런 얘기(계약 외 노동)하면 불이익이 돌아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얘기를 못 하는 거고요.]

이른바 김용균법에 따른 안전관리자나 2인1조 근무도 없었습니다.

발전소 측은 "2인 1조가 이뤄지지 않았던 부분과 심씨가 계약 외 노동을 했던 부분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안전 난간은 설치돼 있었고 하청업체에도 고지를 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사고 현장을 본 심씨의 아들은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심모 씨/사망 노동자 아들 : (아버지가 일했던 곳에) 아무 안전장치도 없다고, 그러고 아버지가 안 해도 되는 일을 하다가 돌아가셨는데…'자기네(원청)들이랑은 상관이 없다'고 그러고…]

유족 측은 재발 방지 대책이 나올 때까지 심씨의 발인을 미룰 예정입니다.

노동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노동자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은 아직도 제자리걸음 중입니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지 않는 국회의 책임"이라며 비판했습니다.

(화면제공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영상그래픽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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