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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방 악몽'에 몸서리…13살 아이, 학원 기숙사서 폭행·학대


[앵커]

아이들 사이에 벌어지는 폭력, 이번에는 한 학원 기숙사에서 벌어진 폭력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피해 학생이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입니다. 학대를 견디다 기숙사를 떠난 뒤에도 괴롭힘은 이어졌는데,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백민경 기자입니다.

[기자]

부모와 떨어져 낮에는 학교, 오후에는 학원 기숙사에서 지냈던 13살 A양, 밝고 활달했던 성격이 올해 초 급격히 어두워졌습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한 선생님이 A양을 상담하면서 손목에 난 상처를 발견해 부모에게 알렸습니다.

A양의 몸은 상처투성이였습니다.

가슴과 겨드랑이에 파란 멍이 들어있었고, 팔과 다리 곳곳에도 상처가 있었습니다.

A양이 쓰던 기숙사 사물함 문 안쪽에는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적혀 있었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건 같은 방을 쓰던 동급생 B양과 두 살 위인 C양, 세 살 위인 D양이었습니다.

A양은 경찰 조사에서 가해자들이 '뒤에서 욕을 했다'며 얼굴과 머리를 때리고 향수를 들이붓고, 신체 일부를 꼬집었다고 했습니다.

모기약을 눈 밑에 바르거나 물건을 빼앗고, 외출 때 물건을 훔쳐 오라고 했다는 진술도 있습니다.

또 '심심하고 짜증이 난다'며 머리를 잡아 변기에 넣게 하고, 샴푸를 뿌린 칫솔을 강제로 입에 넣었다고도 했습니다.

한 달여 간 이어진 폭행과 학대 끝에 A양은 결국 학원 기숙사를 떠났습니다.

나가서도 괴롭힘은 계속됐습니다.

[A양 어머니 : 제가 어제 (아이) 페이스북 몰래 들어가 보니 (가해자들이) 말도 없이 (서당) 나갔냐 배신이냐, 뭐 이러면서. 다 욕이에요, 근데 다.]

마음의 상처도 쉽게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A양 어머니 : (3살짜리) 동생이 와서 이렇게 살짝 치기만 해도 '아, 미안해' 막 이런 식인 거예요.]

우울증도 생겼습니다.

[A양 부모 : 나 1번 방에서 너무 많이 맞았는데 하면서 되게 우울해지는 거예요. 여기서 서당 냄새나. 1번 방 냄새인데? 이러면서.]

가해자로 지목된 B와 C양의 보호자는 "일부 폭행은 있었지만 직접 가담하진 않은 것으로 안다", D양의 보호자는 "과장된 부분이 있지만 대부분 인정한다"며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가해 학생들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각각 출석정지 5일과 서면사과 등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경찰은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 가해자 분리는커녕…'화해하라고' 한방서 재워

[앵커]

이런 지속적인 폭행 사실을 알게 된 학원 측 대응에 피해 학생은 한 번 더 무너졌습니다. 화해를 하라고 가해 학생과 같은 방에서 자게 했습니다.

배양진 기자입니다.

[기자]

A양이 지냈던 학원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한 아이들을 위한 '예절학교'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따돌림도 있을 수 없다고 설명합니다.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도심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산자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학생 서른 명이 이곳에서 학교에 가는 시간을 제외하곤 모든 생활을 같이합니다.

괴롭힘을 당하던 A양은 학원의 어른을 제외하곤 피해를 호소할 곳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학원 측 대응은 A양을 더 힘들게 했습니다.

폭행 사실을 처음 알게 된 날, 피해자와 가해자를 한 자리에 불러 상담했습니다.

피해 학생 부모에게는 황당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변기에 머리를 넣게 한 사건이 심각하다고 하면서도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한 일이라는 겁니다.

[학원 관계자 : ○○이가 자기가 잘못을 하면 (스스로) 벌을 받겠다고 이야기하다 보니까, 변기에 얼굴을 묻고 담그고 하는 그런 일도 있었더라고요.]

[A양 어머니 : ○○이 얼굴을요?]

[학원 관계자 : 네, ○○이가…]

가해자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도 했습니다.

[학원 관계자 : (○○이가) 언니들한테 함부로 하고 무시하고 하다가, 진짜 언니가 한번 화가 나가지고 때려버렸나 봐요.]

피해자가 원했다며 가해자와 같은 방에 재우기도 했습니다.

[학원 관계자 : 그날, 같이 잠을 (자면) 화해 과정이었기 때문에… 저녁에 충분히 화해를 할 수도 있고…]

처벌보다는 치유를 더 중시한 교육 방침이었고, 밤에 무슨 일이 없는지 유심히 살폈다고 주장했습니다.

[학원 관계자 : 잘 지내고 있더라고요. 축구장에 잔디에 누워서 3명이 별을 보면서 막 이야기도 하고…]

피해자 측은 "보복을 당할까 봐 어쩔 수 없이 어울렸다"고 반박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배장근·송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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